미션 임파서블 5 : 로그 네이션 영상물(영화,TV)

본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은 되도록 읽지 않기를 권합니다. 

괜히 읽고나서 울고불고 짜도 소용없습니다. 


1.
영화를 다 보고 났을때 든 생각은 '첩보물 각본 쓰기 갈수록 어려워 지는구나' 하는 생각. 소련이 존재하던 시절에야 서방세계를 뒤엎으려는 소련놈을 단죄하는 스토리가 먹혀들었지만 소련은 사라진지 오래고 이슬람 계열 테러리스트 역시 트루 라이즈때 부터 써먹은지 오래된 닳고 닳은 소재에 이제는 테러집단을 넘어서서 IS라는 국가단위의 집단을 형성한 마당에 이슬람 테러집단은 이제 영화속의 나쁜놈으로 쓰기엔 뭔가 구닥다리가 된 느낌이다. 

이쪽 장르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007 시리즈가 쏘련놈부터 맛간 기업가, 언론재벌, 북한에다가 정체불명의 집단과 그 하수인에 이르기 까지 별의 별 나쁜놈을 다 끌여다 쓰다가 이제는 자신들이 과거에 썼던 요원이 적이 되는, 일종의 내부의 적까지 만들어다가 쓰는 지점까지 왔고 21세기 첩보영화에 하나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한 제이슨 본 시리즈는 자기 정체성을 찾기 위해 골몰하는 주인공과 그 존재를 부담스러워 하는 CIA 고위 간부들 간의 대립으로 3부작을 끌고 가는 만큼 특정 조직의 음모를 못막으면 세계가 무너지고 국가가 황폐화되는 기존의 첩보물에 비해 그 스케일 면에서 굉장히 작은 편인게 사실이다.  

배신자, 뒷세계의 거물, 또라이 교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나쁜 놈들을 단죄해온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역시 가면 갈수록 나쁜 놈을 만들기 어려워 지는 세태에서 예외는 아니었고 이번 미션 임파서블 5 : 로그 네이션은 그러한 고민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을듯 하다.

가면 갈수록 '적'을 만들기 어려운 현실에서 어떻게 영화에 대립구도를 만들고 긴장감을 형성 할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기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고 그래서 이 시리즈는 4편부터 변화를 주기 시작했는데 악당이 나름대로의 수완을 발휘하는 부분을 보여줬던 1,2,3편에 비해 4편의 악당은 주인공인 이단 헌트와 대등하게 겨루기 보다는 이단과 이단이 속한 IMF를 좋지 못한 상황으로 밀어넣음으로써 부족한 악당의 포스로 인해 긴장감이 빠지는 것을 상황의 힘을 통해 보충하는 형태였다. 이 부분에 있어서 이번 로그 네이션의 악당은 미션 임파서블4와 그 궤가 비슷했다. 


2.
영화의 전체적인 구조는 피아가 불분명한 상황에 놓이고 이리저리 쫓기는 처지에 처한 스파이가 겪는 어려움과 고뇌를 깔고 거기에 액션 활극을 올린 1편에 가장 가까웠다. 하지만 또 1편과는 그 분위기가 좀 달랐는데 1편의 경우는 스파이가 겪는 어려움과 고뇌를 바탕으로 하는 이른바 에스피오나지 영화의 성격보단 위기에 빠진 주인공이 불가능한 임무를 성공함으로써 위기를 극적으로 탈출하는 전형적인 첩보 판타지 물이었던 반면 로그 네이션의 경우는 피아를 가리지 않고 양면으로 쫓기는 상황에 처해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인물인 일사 파우스트를 등장시킴으로써 첩보 판타지 뿐만 아니라 에스피오나지의 측면을 상당히 강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몇몇 장면의 경우는 이게 미션 임파서블인지 팅커,테일러,솔져,스파이 인지 모를 정도로 1편에서 4편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시리즈 특유의 분위기와 비교해 굉장히 이질적인, 무미건조한 장면들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전통적으로 갖고 있던 특유의 경쾌함을 잃지 않고 그렇다고 경쾌함과 무거움 사이에서 갈길을 잃지도 않은 무게중심을 잘 잡은 상태에서 진행됐다고 할 수 있을듯 하다. 

이게 가능했더 것이 4편에서 본격적으로 호흡을 맞춘 사이먼 페그와 제레미 레너 뿐만 아니라 1편부터 함께해온 빙 레임스 까지 네명이 모여 펼치는 팀플레이의 맛을 잘 살린것 뿐만 아니라 개별 인물의 성격들을 잘 살려냈고 여기에 이 캐릭터들을 이용하여 적절한 타이밍에 끼워진 가벼운 유머가 굉장히 유효적절했기 때문이다. 

일단 주인공인 이단 헌트 본인이 CIA와 신디케이트 양쪽에 쫓기는 상황인데다가 여자쪽인 일사 파우스트는 더욱더 하드 보일드한 상황에 처해있고 그런 상황을 그려내는 만큼 까딱 잘못하면 '웃음이 나오냐?' 하는 생각을 들게 할 수 있는 노릇인데 어쨌든 영화 내적으로 그럴만한 상황에서 그 인물이 할법한 가벼운 수준의 유머와 이를 통해 유발되는 경쾌함은 이 시리즈가 갖고 있는 미덕을 잘 지켜냈다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3. 
개봉전부터 화제가 됐던 톰 크루즈가 맨몸으로 날아가는 수송기 문에 메달리는 장면과 같은 극한 액션부터 오페라 극장에서의 액션장면 처럼 액션이 벌어지는 장소에 배치된 장치들을 이용해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잘 살린 아기자기한 액션에 좁은 길과 이리저리 굽은길에서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이용한 속도감 있는 추격전 등 크고 작은 액션씬들의 완급조절이 상당히 괜찮았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람과 사람이 맞붙는 격투장면을 그려내는 부분이 썩 훌륭하지 못하다는것이었다. 일단 격투전의 경우는 어두운 장소에서 쓸데없이 과도한 클로즈업을 써먹는 최근 헐리웃 영화의 나쁜 버릇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점에서 마이너스. 후반부의 나이프 격투도 아저씨나 레이드 같은 액션 영화의 장면들에에 비하면 뭔가 너무 심심한 느낌. 18금 영화의 격투장면 15세 영화의 격투장면의 강도가 같을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만 콜레트럴에서 훌륭한 CQB를 보여준 톰 크루즈 같은 프로페셔널을 너무 쉽게 소모한게 이래저래 아쉬운 노릇이다.

첩보물 중에 사람과 사람이 충돌하는 부분을 그려내는데 있어서는 제이슨 본 시리즈 만한 영화가 없는것 같은데 역시 이 부분은 배우의 역량도 역량이지만 액션 장면을 연출하는 감독의 역량이 지대한듯 싶다. 


4.
감상을 정리하자면 전체적으로 잘 만든 여름용 첩보액숀 무비. 전 세계를 넘나드는 스케일과 톰 크루즈의 극한직업(...)은 그대로이나 4나 3의 속도감과 강렬함 보다는 1편의 아기자기함 쪽에 점 더 가깝고 첩보 판타지 보다는 에스피오나지의 냄새가 제법 강한 영화라는 점에서 약간은 호불호가 갈릴 측면도 있을듯 싶은데 그래도 어느 한쪽으로 확 쏠린다거나 갈팡질팡하다 이도저도 아닌 영화가 아닌 이쪽에서 유발될 수 있는 긴장감과 저쪽에서 유발될 수 있는 재미의 선을 굉장히 잘 탄 영화라 생각된다.   
  


PS : 여러모로 과거의 유명한 영화들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많았지만 보는 순간 아 저거 OO에서 갖고 왔네 하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는 점에서 단순한 재탕은 아니지 않나 싶다. 
PS2 : 여자 출연자는 아무리 봐도 미션 임파서블 보단 로저 무어 시절 007에 더 어울리는 외모 같은데 말입니다.
PS3 : 전작 고스트 프로토콜을 봤다면 깨알재미를 느낄만한 장면이 좀 있긴 하다.  
PS4 : 분노의 질주 더 세븐에서 커트 러셀이 비밀기관의 요원 역으로 짧게 치고 빠지며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 이번 미션 임파서블5에선 알렉 볼드윈이 CIA의 국장으로 등장. 이것도 이젠 일종의 유행이 되어가는 모양.

덧글

  • rumic71 2015/08/03 13:10 #

    2. 저는 지금보다 젊었을 적의 캐서린 제타-존스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수영장에서 올라오는 장면은 암만 봐도 007.
    4. 알렉 볼드윈은 차기작에서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예측합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