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영상물(영화,TV)

사실 스포일러랄게 있나 싶은 영화인가 싶지만 어쨌든 스포일러로 여길만한 것이 있으니 아직 영화를 관람하지 않으신 분은 되도록 이 글을 읽지 말기를 권합니다. 괜히 읽고나서 울고불고짜도 소용없습니다. 


1.
나에게 무례하게 대하는 사람이든 갑자기 인터넷 연결이 안되는 wifi든 그것도 아니면 잠에 들려고 누웠는데 창문 밑에서 시끄럽게 울어대는 길고양이든 사람이 살다보면 사람을 굉장히 열받게 하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나를 열받게 한 대상에게 욕을 한바가지 퍼부어준다거나 턱주가리에 한대 먹이는 상상을 하기도 하지만 보통 그것은 '상상의 영역'에서 끝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충동을 억누르는 쪽을 택한다. 그리고 사람은 술을 마시거나 주변 사람과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 받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에게 축적된 감정의 응어리를 풀어낸다. 

그러나 영화 조커 속 아서는 이미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인간이고 그런 감정의 응어리를 제대로 풀어낼 통로가 없다. 직장에서 그는 딱히 환영받는 사람이 아니고 직장 밖에서 그와 어울리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는 어머니 말고는 없어 보인다. 다행히 이웃에 사는 소피와 친해지는듯 하며 일상의 자그마한 행복을 누리나 싶지만 알고보니 소피와 함께하던 시간은 상상의 산물이었고 아서 안에 무언가가 쌓이고 쌓이다가 결국 어느 순간 브레이크가 부서지는 순간이 오고 만다.

이미 약간 망가져 있는 인물이 완전히 망가져 가는 과정을 차근차근 보여주는데 보는 내내 심해로 끌려들어가는 기분이었고 왜 미국에서 이 영화를 두고 우려를 했는지 알것 같았다. 처음 아서가 지하철에서 살인을 저지를때 '이제서야' 하는 후련함이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그랬기 때문에 15세라는 등급이 굉장히 의아했다. 


2.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가 자신의 과거에 대해 여러가지 버전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나 킬링조크에서 조커의 탄생비화(?)를 다루는듯 하다가 막바지에 이것도 결국 하나의 페이크일수 있다는 식으로 마무리를 내는 것처럼 보통 배트맨과 조커를 다루는 매체는 조커의 과거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리길 거부한다. (팀 버튼의 배트맨 정도가 예외일듯) 

그런 작품들과 마찬가지로『조커』도 조커의 탄생을 다루고 있는것 같지만 그렇다고 확정을 짓지도 않으며 마지막에 아서가 재미있는 농담(조크)이 생각났다는 장면을 통해 지금까지 보여준 것이 사실은 아서의 망상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던지며 지극히 조커스러운 마무리로 영화를 끝낸다. 

영화를 보고 난 이후 본인의 정신상태와 관계가 있을수도 없을수도

사실 아서가 배트맨의 숙적인 조커인지 이 영화를 통해서는 알 수가 없다. 차후에 배트맨 영화에서 알고보니 아서에게 영감을 받은 또다른 누군가가 튀어나왔다고 해도 될 일 아닌가. 굳이 이 영화를 슈퍼 히어로 영화 속 악역 조커의 탄생기로 보기 보다는 인간 안의 브레이크가 어떻게 망가져가는지를 조커의 캐릭터를 빌려서 그린 영화에 가깝다고 보는 편이 맞을것 같다. 

그나저나 마지막의 고전영화스러운 the end자막이나 음악이나 여러모로 여러분 이거 다 조크인거 아시죠? 하는 느낌이라 뭔가 찝찝


3.
처음 아서가 세명을 죽인것도 부유층에 대한 증오범죄라기 보다 우발적인 살인이지만 어쨌든 돈 좀 버는 직업인 은행원들이고 그들이 웨인 기업의 직원이었다는 이유로 미디어는 이것을 증오범죄라는 이름으로 보도하고 '광대 살인마'를 하나의 상징으로 만들어 버린다. 

거기에 누가봐도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 보이는 아서를 웃음거리로 삼고 시청률이 잘 나올 거라는 이유로 실제 방송으로 나오게 하고 계속해서 아서를 조롱거리로 삼는다.심지어 살인을 고백하는 지점에서조차 방송을 끊지 않고 아서는 그냥 나쁜 놈들이라 죽였다고 했지만 그들을 죽인 동기에 대해 캐물으며 자기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광대 살인마의 이미지에 아서를 끼워 맞추기 위해 골몰한다. 

자기 자신을 죽이려던 아서가 빌 머레이를 쏴 죽이며 시위가 폭동으로 격화되는 것과 동시에 아서를 조커로 거듭나게 하는 결과를 낳은 것도 결국은 미디어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굉장히 강하게 느껴지는 지점들이었다. 


...
PS : 기생충을 보고 할 이야기는 많은데 정리가 안되는 기분이었는데 이 영화도 마찬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