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2021)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은 되도록 이 글을 읽지 말기를 권합니다. 

괜히 읽고나서 울고불고짜도 소용업ㅂ습니다. 



1. 
어느덧 세번째 영화가 된만큼 아이언맨 따까리를 벗어나 자신만의 영역과 생각을 가진 '어른'으로써의 스파이더맨을 보여줘야 했던 영화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으며 성공을 거둔 영화였다. 

닉 퓨리 선에서 이정도 해프닝은 정리될법한데 코빼기도 안비치는 것도 그렇고 닥터 스트레인지를 제외하고는 어벤저스와 관련있는 '어른'들이 하나도 안나온 것은 의도된 연출이 아니었나 싶다. 어른들이 도와주는건 도와주는거고 결국 껍질을 깨고 나오는건 자기 몫이라 그거겠지. 

앞서 말한 어른 슈퍼히어로(...)의 부재도 그렇고 생각해보면 디테일한 부분들이 그렇게 잘 짜인 영화라고 하기는 애매한데 또 그렇다고 마냥 억지로 이어붙였다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가령 MIT 불합격 통지에 일단 입학처에 문의 한번 해볼 생각 없이 닥터 스트레인지 찾아가선 주문으로 사람들 기억을 지워달라는 요청을 한 것을 생각해보면 일견 제정신인가 싶지만 자기 아는 어른 중에 똑똑하고 힘 깨나 쓰는 사람 찾아가는 것까진 일반적으로 할법한 발상이고... 문제는 그 다음이 전혀 일반적이지 않다는게 문제인데 슈퍼파워를 지닌 사람들과 어울린 슈퍼 히어로의 입장에선 나올만한 고민 해결법이지 않은가 싶은 생각. 

개인적으로 단편 드라마로 이런 슈퍼히어로의 '일상적인 고민'을 다뤄보면 재밌지 않을까 싶다.


2. 
이미 개봉전부터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배우들이 나올거라는 이야기가 돌았고 예고편에서도 닥터 옥토퍼스가 나왔으니 다른 스파이더맨 실사영화의 주역들이 나올 거라는 것은 기정사실이었고 이 스파이더맨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게 관전 포인트(...)일텐데 이 부분에서 노 웨이 홈은 다른 우주의 스파이더맨이 메이 숙모를 잃은 피터에 대해 조언을 하고 위로를 건네는 역할을 맞겼고 이 선택은 참으로 탁월했다.

거기에 더해 샘스파의 피터가 그린 고블린을 구해낸 장면이나 어스파의 피터가 MJ를 구해내고 눈물짓는 모습은 그들의 과거사(...)를 생각하면 참으로 가슴찡한 장면. 어떤 측면에선 다른 차원의 스파이더맨들이 MCU의 스파이더맨을 통해 치유받는 영화가 아닌가 싶기도. 

시리즈물을 어떻게 활용했을때 관객들의 마음을 얻어낼 수 있을지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이 참 고민 많이했구나 싶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지금 MCU에 남은 어른 히어로 중에 피터를 위로해줄만한 어른이 딱히 없네(...) 


3. 
닥터 스트레인지가 생각보다 비중이 적지 않았던 부분을 생각하면 이 영화가 인피니티 사가 이후 MCU의 방향성을 실험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벤저스 같은 대형 이벤트의 크기는 줄이고 대신에 개별 히어로 영화에서 슈퍼 히어로들이 영향을 주고 받고 연결되는 그림을 더 강하게 연출하기 전에 하는 실험이라고 하면 적당할거 같은데 스케일을 무한정 키울 수 만은 없는 노릇이니 당연한 선택일지도. 

덧글

  • SAGA 2021/12/26 11:13 #

    어른이 된 스파이더맨의 이야기를 계속 봤으면 하네요. 아이언맨이 장렬히 전사했으니, 스파이더맨 후속편에 영향을 끼칠 일도 없을테니까요
  • slls91 2021/12/27 20:40 #

    사실 요 근래 퍼지고 있는 루머나 정보들을 취합해보자면, 마블과 소니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거 같긴 하지만요. 페이즈4는 일부러 팀업무비를 안 꺼내오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더라구요. 실제로 마블스튜디오 사장 케빈파이기도 그렇게 언급하기도 했고요. 페이즈4 말미나 페이즈5는 대규모 이벤트 타이틀 투성이일거라고봅니다. 그게 옳은 방향인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쏟아내는 MCU드라마 영화들을 보면 그런 확신을 안 가질수가 없겠더라고요.

    앞으로 뉴욕의 길거리 영웅이 될 피터에게 좋은 어른이자 동료가 되어줄 만한 사람이라면, 이번편에 MCU세계관에 편입된 유능한 변호사분이 아닐까 싶네요. 기억은 없어졌다 해도, 둘이 활동반경이 같으니 다시 마주칠 가능성도 있고, 실제로 원작코믹스에서도 둘이 친분이 있고 서로 도우며 같이 활동하기도 하니까요.
    소니픽처스 사장도 최근 마블과의 거래에 있어서, 스파이더맨을 빌려주며 동시에 MCU캐릭터를 하나 빌려오는게 양사간의 약속이라고 언급했으니, 다음 나오게 될 제작확정된 4편에선 데어데블이 다시금 등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아니면 혹은 또 다른 MCU스트릿 히어로와 만나게 되던가요.
  • 잠본이 2021/12/28 12:29 #

    영화 자체는 좋은데 홀랜드피터의 고질병인 '다른 히어로가 같이 나와야 뭐가 된다'를 탈피하려면
    결국 다음편에서 스타일을 바꾸는 수밖엔 없을 듯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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