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 (2018) 영상물(영화,TV)


이미 개봉한지 4년이 흘러 영화 속의 캐릭터들이나 전개, 메타포 등등 영화에 대한 해석들이야 차고 넘쳐나니 굳이 내가 또 이야기 할 필요는 없을 것이고... 

뭔가 영화를 보는 내내 대학에 갓 입학했을때 내 감정을 보는 느낌이라 기분이 묘했다. 

고등학생이라고 잘 사는 집, 못 사는 집이 표가 안났던건 아니지만 다 똑같이 짧게 깎은 머리와 교복은 그런 '표'를 최대한으로 줄여줬고 잘 사는 집 자식이건 못 사는 집 자식이건 관계없이 그 나이 대 남학생들이 할법한 개소리와 정신 나간 짓거리를 낄낄거리면서 같이 해댔다. 

하지만 대학을 가서 만난 세상은 달랐다. 누구는 오피스텔에서 차 타고 학교에 오는데 나는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을 전전했고 누군가는 한끼에 10몇만원쯤 하는 호텔 뷔페 이야기를 떠들어 댈 때 나는 그날 치킨을 시켜 먹어도 될지 안될지를 고민했고. 뮤지컬 하나를 보려면 극장에서 볼 영화 몇 편을 포기해야 했다. 그리고 그런 하잘것 없는 고민과 포기의 흔적들이 거침없이 '표'가 났다. 그럴때마다 마음속 어딘가에 뒤틀리고 꼬인 열등감과 분노감이 불쑥불쑥 치밀어 올랐고 애써 억눌렀다.

생각해보면 그들이 딱히 나보고 뭐라 한 적도 없고 내가 이렇다 할 피해를 받았다고 할 수 도 없는데 대체 그 뒤틀린 분노감은 어디서 왔던 것일까. '저한텐 세상이 수수께끼 같아요' 라는 종수의 말은 그 시절 내 감정을 대변하는 말이었다. 

김광석이 그랬던가, 그렇게 지내다보면 나이에 'ㄴ'자가 붙는다고. 서른, 그때쯤 되면 스스로의 한계도 인정해야 하고 그런 답답함, 재미없음 그 나이 즈음에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살다보니 그런 감정은 없어졌고 그냥저냥 살고 있다. 그렇게 내 20대는 버닝했나보다.